일상을 담은 첫 이야기로 뭘 쓸까 고민하다가, 회사에서 성장과 애자일에 대해 고민하던 때에 읽은 책과 고찰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계신가요? 지금의 일상은 내가 꿈꾸던 삶, 이전보다 더 나은 값진 삶을 살고 있나요?
작년 2025년은 제게 개발자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습니다. 한 회사에서 약 4년 이라는 기간 동안 있으면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인정을 받아 팀을 이끄는 중간 관리자 역할도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만 수행하는 주니어 개발자에서 미들급 개발자로 연차는 쌓여가는데 마음 한 켠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큰 규모의 조직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시니어 개발자가 팀에 있다면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고 미들급 이상, 차기 시니어 개발자로 도약할 수 있을까? 현재 회사 솔루션과 도메인으로는 대규모 트래픽과 복잡한 비즈니스 상황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이런 경험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점점 커지면서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거나 안주하고 싶지 않구나, 더 성장하고 싶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4년 연말에, 개발팀원들과 랜덤으로 의미있는 책 전달하기 이벤트에서 받았던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그제서야 읽기 시작했던 김창준 님의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인사이트, 2018) 책.
똘똘하고 유능한 팀원이 학부생 때 읽고 감명이 깊어 추천했다는데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큰 울림을 받아, 두고 두고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책 소개
먼저 이 책의 저자 김창준 님은 애자일 컨설팅 대표로, 국내 여러 개발 조직에 애자일과 코칭을 전파해 온 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부제는 "애자일로 가는 길"이지만, 정작 책 내용은 스크럼이나 칸반 같은 애자일 방법론 자체를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왜 애자일이 필요한가", 그리고 그 밑바탕이 되는 개인의 학습과 조직의 협업에 대한 통찰을 훨씬 비중 있게 다룹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자라기 — 개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 함께 — 그 성장을 조직 단위로 어떻게 확장하는가
- 애자일 — 왜 이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애자일)으로 수렴하는가
책 리뷰
1부. 자라기 -> 나는 과연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가?
저자는 먼저 "경력 연차와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전파합니다. 신입과 2년차 사이의 실력 격차는 크지만 5년차와 10년차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했는가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책 초반부 부터 뼈맞은 기분이었습니다. 5년차 개발자라고는 하지만 2, 3년차 개발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닐지, 그간의 경험의 밀도는 과연 빽빽하다고 할 수 있을지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이력서를 정돈하면서 비로소 경험치의 양은 적지 않다라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오래하는 것과 동일 시간 대비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경험이 더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견지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대목이었습니다.
저자는 그럼에도 실력 격차를 만들어가는 핵심 개념으로 의도적 수련 Deliberate Practice 을 제시합니다. 작업에 대한 단순 반복이 아니라, 짧은 주기의 피드백과 실수 교정 기회가 있는 수련이어야 실력이 는다고 말입니다. 이때 관건은 자신의 실력과 작업의 난이도를 얼마나 잘 맞추는가 인데 이 대목에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이론 으로 설득력을 더합니다.

- 현재 작업이/상태가 지루하다면 → 도구 사용을 제한해 난이도를 낮추거나(a1), 새로운 언어·더 높은 목표로 난이도를 올린다(a2)
- 현재 작업이/상태가 불안하다면 → 전문가 조언이나 페어 프로그래밍으로 실력을 높이거나(b2), 프로토타입부터 시작해 난이도를 낮춘다(b1)
몰입 상태에 들어가려면 자신의 실력과 작업의 난이도가 조화롭게 맞아야 하는데, 난이도가 실력보다 낮으면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함을 느끼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불안을 느낀다 라는 것이 이론의 핵심입니다.
저 역시 몰입할 때 즐거움과 성장함을 생생하게 느끼는 편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개발 여정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몰입의 직선 함수를 그려오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개발 언어로 포팅하고 시스템 확장을 쟁취 했다던가, 병목 지점이 여러 군데 일때 하나씩 나누어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도입까지 해봤던게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해소가 되지 않는 문제는 혼자 힘으로는 이 몰입을 유지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는 점입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개인적으로 목표를 높여봐도, 조언을 구할 시니어 개발자가 없는 작은 개발 조직 안에서는 편협한 시야와 접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 천 수 백만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비해야 한다거나, 시스템을 더욱 체계적이고 견고하게 하는 부가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면 저의 경력과 역량 수준은 신입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난이도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몰입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조절되는 게 아니라, 필요시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문제의 크기 자체가 다른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 그리하여 계속 성장하고 몰입하며 개발자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것이 제가 이직을 결심했던 계기 이기도 합니다.
2부. 함께 —> 신뢰라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2부는 "나 혼자 잘 자라는 것"을 넘어, 그 성장을 팀 전체로 어떻게 퍼뜨릴 것인가를 다룹니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는 신뢰입니다. 저자는 신뢰가 투명성, 정보 공유, 그리고 지속적인 상호작용(interaction)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이 개념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 삼투압적 의사소통;osmotic communication 입니다. 누군가 애써 정보를 전달하려 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과 맥락을 공유하다 보면 필요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것이죠.
저는 이 신뢰가 모든 조직에서 중요한데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규모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같은 컨텍스트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뒷받침 되어야 적은 인력으로도 집단 지성을 구축하며 신뢰의 팀을 만들 수 있다 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배운 것 같습니다.
한편, 팀을 설득 해야하는 경우 저자는 객관성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합니다.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다고 믿는 정보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그 정보만으로 설득하려 하면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흔히 오해하는 전문가팀의 함정도 짚습니다. 뛰어난 개발자를 모아놓는다고 저절로 좋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실제로 뛰어난 개발자의 상당수가 동료와의 협력을 중요하게 꼽는 반면, 평범한 개발자일수록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합니다. 결국 팀 성과를 가르는 건 개개인의 실력보다 심리적 안전감과 협력 문화라는 것입니다.
AI 가 급격히 발전한 요즘은 이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중요하게 된 것 같습니다. AI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충분한 context를 제공하고 MCP 등 하네스를 갖추어 엔지니어링 하듯, 팀 구성원들과도 적극적인 소통과 피드백,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3부. 애자일 — 불확실성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갖출 것인가?
3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제의 "애자일"이 정면으로 등장합니다. 저자의 정의는 명료합니다.
애자일(Agile)은 불확실성이 클 때 필요한 접근법이다.
목표와 방법이 이미 확실한 일이라면 애자일이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계획을 촘촘히 세워 실행하는 편이 낫죠. 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조차 불분명한 문제라면, 고객과의 잦은 접점, 코드/지식의 공유, 빠른 피드백 루프를 통해 방향을 계속 교정해 나가야 합니다. 이게 애자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이른바 반애자일적으로 애자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미 확실성이 높은 업무에 굳이 애자일 방법론의 형식(스탠드업, 스프린트 등)만 가져다 붙이는 모순을 지적합니다. 즉 애자일은 도구가 아니라, 1부와 2부에서 다룬 학습과 협업이 응축된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약 1년 정도 팀에서 파트 리드로서, 그리고 스크럼 마스터로서 관리 역할을 경험 했을 때 이런 "애자일"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2주 단위 스프린트 운영하면서 불확실성이 가득한 아이디어와 요구사항 들을 최대한 명료하고 상세한 작업으로 풀어내어 팀에 공유하려 노력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직전에 짧게 일했던 회사에서는 이 스프린트 운영 방식이 달랐는데 책을 읽고 좀 더 애자일한 운영이 무엇인지 관철해볼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책을 받은 건 2024년 12월 말이었지만 현생을 살아간다는 변명으로... 2025년 11월이 돼서야 다 읽은 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틈틈히 동기 부여를 위해 꺼내 읽고 있는데, 한번 글로써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반년이 지난 시점에 후기와 고찰을 작성해 보네요.
궁극적으로 「함께 자라기-애자일로 가는 길」에서 담는 메시지 "잘 자란다"는 건 난이도(몰입), 신뢰(협업), 불확실성(애자일)이라는 세 축 위에 있다는 걸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채울 수 없는 난이도를 인정하고 환경을 바꾸기로 한 결심도, 팀 안에서 신뢰를 쌓으려 애썼던 시간도, 스프린트마다 불확실성을 걷어내려 했던 노력도 — 결국 모두 계속 자라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고찰해봅니다.
이 글을 쓰며 되짚어본 지난 시간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저는 또 얼마나 자랄 수 있을지 기대와 긴장이 함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고찰과 마음가짐을 잊지말자, 더 "함께" 성장하자 다짐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난이도를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함께" 자라며 애자일하게 미래로 나아가고 있나요?
오늘도 이런 고민을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며, 우리 함께 파이팅입니다.